개발 공부

[취직/이직/퇴사] 1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취직/이직/퇴사를 모두 겪다.

Dev.Jun 2018. 7. 8. 19:56

  지금 나는 백수고, 다시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참 다사다난한 시간들을 보냈다. 남들은 몇 년동안 하기도 힘든 일을 1년 안에 겪었다. 이게 싫다는 것은 아니고 다 나의 자양분이 되었고,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소중한 경험들이다. 물론 아쉬운 게 없진 않다. 지난 1년간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잠시 글을 그적여본다. 17년 하반기-18년 상반기의 회고가 맞는 것 같다.

0. 학원

  나는 '비전공 프로그래머'다. 보통의 프로그래머들처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개발자가 되겠다는 맘을 갖게 된 것은 나중에 서서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너무 구구절절하고, 이야기가 길어진다.

자바 언어(점유율 1위)를 사용하고, 뷰가 있는 안드로이드 개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4달은 미친 듯이 코딩했던 것 같다. 처음에 자바를 배우고, 언어가 눈에 안 들어와 아이패드에 github을 띄어 놓고 매일 통학길에 영어신문 읽듯이 읽었다. 이런 루틴을 1달 정도 갖고 나니 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남의 코드를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니 스스로 트러블 슈팅도 가능했다. 그때부터 개발이 더욱더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새벽 3시쯤 취침하기 시작했다. 뭔가를 알아가고, 그것을 적용하고, 적용한 것이 구동되는 재미를 느꼈다. 작은 기능을 개발하더라도 신나게 개발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보면 다 개똥 코드다 저렇게 짰나 싶다.


당시 학원을 다닐 때, 나는 철칙이 있었다.

  1. 오늘 모르는 건 오늘 알고 넘어간다. -> 얉게 라도 뭔진 알고 지나간다.
  2. 오늘의 힘듬은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한 등가교환이다. -> 주변 컴퓨터 공학과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3. 질문은 최대한 디테일하게 한다. -> 비단 코딩 뿐만 아니라 어디든 필요한 부분이다.

이 세 가지 철칙은 반드시 지키려고 했다.


  마지막 1개월은 포트폴리오용 서비스 개발을 했다. 당시 맘 맞는 형과 Airbnb를 카피해서 앱을 개발했다. 장고 백엔드 개발자 2명, IOS 개발자 2명과 함께 했다. 그 형이랑 나랑 욕심이 너무 많아서 둘이 맨날 밤새면서 코딩했다. 근데 그땐 진짜 한 번도 지친 적이 없었다. 구직에 대한 욕심보단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함께 더 좋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생 고민도 이야기하고. 결국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당시 좀 아쉬운 것은 RxJava 같은 라이브러리를 못 녹여 본 것이다. 그뒤로 RxJava를 실제 서비스에 넣기까지 꼬박 5개월이 걸렸다. 아무튼 이 프로젝트로 함께 포트폴리오를 개발했던 모든 개발자가 취직을 했다. (축배파티가 있었는데 나는 슬랙 알림이 안와서 몰랐다....)

1. 취직

  포트폴리오를 좋게 본 한 회사가 연락이 왔다. 연봉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개발팀분들이 너무 좋았다. 단점은 함께 일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나 뿐이었다. 실제 프로덕트 코드도 좀 막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스파게티다. 리팩토링 하려고 시간을 요구했지만 대표님께서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셨다. 신기능 개발하기 바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우선은 계속 개발을 해나갔다. Retrofit, Glide, RxJava 등 오픈소스 하나 없이 퓨어 안드로이드(?)로 개발되어 있어서 적잖히 당황했다. 물론 없이 개발한다고 개발은 못하는 것은 아닌데, 코드 자체가 중구난방이라 유지/보수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이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6개월간 고생도 많이 했고, 힘들었는데 재밌었다. 유저도 7만 명 늘어났고, 고생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특히 디바이스 간 파편화가 심한 부분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와서 옮기게 되었다 처우도 더 좋았고, 규모도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다른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직하게 되었다.

2. 이직

  정말 좋았다. 동기도 있었다. 처음 갖는 입사동기였다. 서비스 규모도 컸다. 마음도 잘 맞았고, 1달이 채 안되서 함께 신기능을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더 친해졌다. 또 RxJava에 관심이 많았고, Kotlin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프로덕트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엄청 재밌었다. 개발팀 자유도도 높은 편이라 일정 면에서도 조이지 않았다.

3. 퇴사

  근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급여가 밀렸다. 맨 처음에는 별 신경 안썼다. 뭐, 한달 정도야.. 라는 마음이었다. 근데 그게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되었다. 한 달씩 밀리는 급여는 그렇다 쳐도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좋은 이야기하면서 다니고 싶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사람들이 이직 준비를 슬슬 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이번 기회에 조금 큰 회사를 준비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거기서 서비스 전반적에 걸친 라이브러리를 교체했기 때문에 나름 얻은 수확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은 정말 많은데, 회사 자체는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4. 다시 취준

  다시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 불안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대기업 준비를 위해 자소서, 인적성을 하고 있다. 다행히 영어는 금방 땄다. 예전에 대기업 자소서 제출 시즌을 생각하니 좀 벌써 지치기도 한다.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나도 다음 해에 29살이라, 다음 해엔 그래도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집에서 주는 압박은 없는데 내가 심적으로 그렇다. 사실 지금 시간이 소중한 것은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다. 이제까지 이렇게 내가 할 일, 내가 가고 싶은 산업군에 대해 요즘처럼 진지한 고민한 적이 없다. 뭐... 어차피 긴 인생 열심히 해보되 조급해지지 않으려 한다.